[독서록] 명상록

이 책에 대해서 만큼은 감상 보다는 인용이 적절할 것 같다. 로마 5현제 시대의 마지막 황제가 스스로를 위해 남긴 비망록이다. 따라서 여기서 “너, 네가”는 본인 스스로를 의미한다.

설령 네가 삼천 년, 아니 삼만 년을 살 수 있다고 할지라도, 지나가는 것은 오직 지금 살고 있는 삶이고, 너는 지나가는 삶 외에 어떤 다른 삶을 사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같고, 지나간다는 것도 누구에게나 같다. 지나가는 것은 언제나 순간이다. 과거나 미래가 지금 네게서 지나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뺏길 수 있겠는가… 가장 오래 산 사람이나 가장 짧게 산 사람이나 잃는 것은 똑같다는 것이다. 사람이 자기가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은 빼앗길 수 없고, 모든 사람은 다 똑같이 현재라는 순간만을 소유하고 있어서, 그가 누구든 오직 현재라는 순간만을 잃을 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무의식 중에 과거도, 미래도 나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구절을 읽고 불현듯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 만이 나의 것이고, 과거도 미래도 나의 것이 아니라는 것. 그렇기에 과거를 미화하려고 할 것도 없고, 미래를 아름답게 장식하려고 명예를 좇을 것도 없다. 그냥 현재만을 충실하게 살아나가면 되는 것이다.

신이 너에게 네가 내일 아니면 모레 죽게 될 것이라고 말 했다면, 너는 아주 쪼잔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하루 차이는 차이도 아니라고 여겨서 내일 죽든 모레 죽든 상관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너는 수십 년 후에 죽든 내일 죽든 그런 것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내가 이룰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오래 살려고 하지말자. 영원의 시간 속에 우리는 결국 순간 만을 산다. 기억도 나의 것이 아니고 미래에 기록될 명예와 영광도 나의 것이 아니다. 오늘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죽음을 피하려고 발버둥 치지도 말자. 언젠가는 죽고, 죽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떤 일이 네가 해내기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을 경우에는, 그 일을 다른 사람들도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 일은 인간이 해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너도 그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라.

할 수 없다고 지레짐작하고 포기하지 말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도 능히 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가치 있는 일은 진실함과 정의 가운데서 거짓말쟁이들과 정의롭지 못한 자들에게 자비를 베풀며 평생을 살아가는 것뿐이다.

거짓말과 부정의 사이에서 좌절하지 말자. 스스로가 정의와 진실로 가득한지 돌아보자.

각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어떤 것들을 가치 있게 여기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나는 어떤 것들에 관심 있는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가치있는 사람인가.

너의 인생 전체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고 생각해 봄으로써 네 마음이 짓눌려서 압도되게 하지 말라. 네가 과거에 겪었고 미래에 겪게될 온갖 괴로운 일들을 한꺼번에 다 생각하지 말고, 현재 네가 당면한 일에만 집중해서, “이 일은 내가 도저히 감내할 수 없고 감당할 수 없는 일인가”라고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라. 너는 네 자신이 그런 말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워지게 될 것이다. 너를 짓누르는 것은 언제나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현재라는 것을 명심하라. 그리고 현재만을 따로 떼어놓고서 바라보고, 그렇게 해서 별 것 아닌 것으로 밝혀진 현재의 일을 네가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너의 나약한 마음을 채찍질한다면, 네가 짊어져야 할 짐은 훨씬 줄어들게 된다.

우리는 현재만 산다. 미래의 고통을, 과거의 고통을 끌어와서 짊어지지 말자. 너무 걱정을 사서 하지 말자. 현재 해야할 걱정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그렇게 보면 걱정은 사실 별게 아닌 게 된다.

현재의 이 시간을 네 자신에게 주어지는 선물로 만들어라. 죽은 후에 이름을 남기는 데 더 몰두하는 자들은, 지금 그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나 후세 사람들이나 다 똑같은 사람들이고 영원히 살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고 있는 것이다. 후세 사람들이 너에 대해서 이렇다느니 저렇다느니 입방아를 찧어대고 너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를 내린다고 한들,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이제, 서른을 맞아 나는 내 목소리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타인의 시선보다는 내 자신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자.

어떤 외적인 일로 네가 고통을 받는다면, 네게 고통을 주는 것은 그 외적인 일 때문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네 자신의 판단 때문이기 때문에, 너는 즉시 그 판단을 멈춤으로써 고통을 없앨 수 있다. 네 자신의 생각이 네게 고통을 가져다주는 원인이라면, 너는 얼마든지 그 생각을 바꿀 수 있고, 네가 그렇게 하는 것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통을 받는 이유는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달렸는지도 모른다. 나의 생각이 나의 고통의 원인인 경우가 많다. 생각을 달리하면 고통도 줄어든다.

화살이 날아가는 것과 인간의 정신이 나아가는 것은 서로 다르다. 화살은 늘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반면에, 인간의 정신은 어떤 때에는 순조롭게 앞으로 잘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어떤 의문이 생겨서 거기에 매달려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늘 자신의 목표를 향하여 곧장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헤매기도 하고 돌기도 하는 것 같지만, 어쩌면 내 인생도 곧장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connecting the dots’ 하는 인생은 무의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좋다. 하지만 나 자신을 부정하지는 말자.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잃지도 말자. 결국 내 인생의 조타수는 나 자신이고, 빙산에 부딪히든 목적지에 도착하든 모든 책임과 영광은 나에게 달렸다.

죄를 짓는 자는 자기 자신에게 죄를 짓는 것이고, 불의를 행하는 자는 자기 자신에게 불의를 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악하게 되고 해를 입게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죄인과 악인을 너무 미워하지 말자. 나에게 함부러 대하는 사람도 너무 미워하지 말자. 그들은 스스로를 위한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나는 나를 위한 씨앗을 뿌리는 일에 집중하면 된다.

지금 네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을 때에는 이런저런 고려를 하지 말고 용감하게 그 일에 매진하고 곁눈질을 하지 말라. 하지만 그 일이 네 눈에 분명하게 보이지 않을 때에는 그 자리에 멈추어서 가장 훌륭한 조언자들의 말을 듣고서 그들이 가르쳐 준 길로 나아가라.

내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명확하게 모르겠을 때에는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정나미가 떨어졌다는 심정으로 속 시원하다는 듯이 이 세상을 떠나지는 말고, 네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들에 대한 너의 참된 우정과 선의와 자비로움을 끝까지 견지하라. 또한 떠나기 싫다는 듯이 억지로 버티다가 그들에게서 끊어지듯 떠나지도 말고, 평안한 임종을 맞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너의 혼이 육신으로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스르르 빠져나가는 모습으로 그들 곁을 떠나가라.

자연스럽게 스르르 죽을 수 있다면, 그것이 어쩌면 최고의 죽음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미련과 모든 감정들은 이곳에 그대로 두고, 편안하고 가볍게 스르르 감기는 죽음을 꿈꾸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우리를 괴롭게 하고 화나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행동들은 그 사람들의 이성의 영역에 속해 있고,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 우리를 괴롭게 하고 화나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그런 행동들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다.

남이 쏜 비난의 화살을 내가 맞을 필요는 없다. 화살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쏜 것은 타인이지만, 우리에겐 피할 자유가 있다.

나는 모든 사람이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면서도, 자신에 관하여 타인의 판단보다 자기의 판단을 더 낮게 평가하는 것을 보고서는 의아해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왜 우리는 스스로를 가장 사랑하면서도 스스로를 남들이 보는 것보다 낮게 평가하는가?

네가 이 세상에서 잃는 것이 있는 경우에는 그것 대신에 반드시 얻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라. 따라서 네가 얻은 것이 잃은 것보다 더 귀한 것이라면, 네 자신이 어떤 것을 잃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무너지는 것이 있으면 솟아나는 것이 있고,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다. 잃어버린 것을 아쉬워하기 보다는 이로써 나에게 새로이 생겨난 것에 감사하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