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쿠팡, 14년 간의 기억

Created
Aug 1, 2024 12:31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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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티몬과 쿠팡은 소셜 커머스로 시작했다. 그리고 오픈마켓으로 성장했다. 쿠팡은 나스닥에 상장하고,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 온라인 커머스의 1인자가 되었다. 티몬은? 정산금 지급조차 못하는 한계 기업으로 몰렸다. 과연 그 둘의 차이를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소셜 커머스로서의 출발

티몬은 2010년 2월, 쿠팡은 2010년 8월 창업했다. 당시 2008년에 시작한 그루폰이 큰 이슈를 만들던 때다. 소셜 커머스라는 개념이 유행했고, 티몬과 쿠팡은 소셜 커머스로 시작했다.
소셜 커머스는 공동구매의 fancy한 표현이다. 소비자는 공동 구매로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판매자는 볼륨을 확보할 수 있다. 마케팅 효과는 덤이다. 소셜 커머스로 티몬과 쿠팡은 초기 market-fit을 찾고 빠르게 성장했다. 많은 음식점이 홍보 목적으로 소셜 커머스에서 쿠폰을 팔았다.
하지만 소셜 커머스는 결국 실패했다. 많게는 50%에 가까운 할인이 전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결론적으로 셀러가 할인으로 인한 손해를 짊어져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초기에는 마케팅 효과도 기대되었으나, 큰 할인폭으로 인해 고객들은 원래 가격이 아닌 할인 가격이 정상가라고 인식했다. 즉, 할인 효과가 끝나면 고객들은 떠났다. 할인 폭으로 인해 적자가 크다 보니, 몇몇 음식점들은 소셜 커머스 구매 고객들에게 더 적은 양의 음식을 내놓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소셜 커머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품군 제약이 컸다. 기저귀, 물, 휴지처럼 모두가 필요한 제품이라면 소비자가 몰렸지만, 바이올린 악기 케이스, 케이블 타이 같이 필요는 하지만 한정된 시간동안 소비자가 빠르게 몰려 공동구매를 하기 애매한 상품군도 많았다.

오픈 마켓으로 확장

티몬과 쿠팡이 소셜 커머스에서 오픈 마켓으로 확장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미 인터파크, 옥션 등 닷컴버블 시기에 창업된 기업들도 많았지만, 아직 이커머스 시장에 유력한 시장 지배자는 존재하지 않던 때였다. 이커머스 시장은 2002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약 22.5% 성장하는 시장이었다. 매해 꾸준히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비교적 신규 플레이어들도 기존 플레이어들과 점유율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지 않아도 성장의 과실을 나눌 수 있었다.
2013년만 해도 쿠팡이 더 작은 회사였다. 매출 기준 티몬은 쿠팡보다 두 배 더 매출이 컸다. 심지어 쿠팡의 매출은 위메프 보다도 작았다. 하지만 쿠팡이 도입한 로켓 배송이 판도를 완전히 바꿨다.

차이의 시작, 로켓배송

2014년 3월 쿠팡은 일부 지역에서 로켓 배송을 시작했다. 작게 시작했다. 직매입과 자체 물류를 바탕으로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배송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당시 온라인 주문은 빨라도 2일 길면 그 이상이 걸렸다. 3-4일씩 걸리는 일도 많았다. 오늘 주문한 상품이 내일 도착한다는 것은 상당한 혁신이었다. 로켓배송은 "쿠팡맨"이라 불리는 전담 배송기사가 배송하는데, 초기에는 높은 고객만족으로 미담도 많았다. 기저귀를 배달하는데 아기가 깰까봐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다거나 하는 미담들이 인터넷에 자주 회자되었다.
로켓배송을 바탕으로 쿠팡은 독주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만 쿠팡은 티몬과 위메프를 합친 것 만큼의 매출을 냈다. 2015년에는 티몬과 위메프를 합친 매출액의 3배 넘게 쿠팡 혼자 매출을 냈다. 2013년 이후 2019년까지 쿠팡은 연간 130%를 성장했다.

매각과 인수, 기업공개

티몬은 창업 직후인 2011년 리빙소셜에 회사를 매각했다. 리빙소셜은 2013년 그루폰에 경영권을 매각했다. 2015년 신현성 창업가는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 앵커 이퀴티와 함께 경영권을 되사며 티몬에 복귀했다.
티몬은 2015년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와 앵커 이퀴티라는 회사가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하고,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후 3년 간 성장세에 적신호가 켜졌고, 결국 2019년 매각을 진행하게 된다. 롯데와 매각협상 막바지까지 갔으나, 1조 2500억 대 1조 7500억의 희망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국 매각은 결렬되었다.
반면 쿠팡은 경영권의 매각 없이 김범석 창업자가 일관되게 사령탑을 맡았다. 2011년 알토스 밴처스로부터 투자를 받고, 2014년엔 세쿼이어 캐피탈, 블랙록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이는 경영권 인수가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경영권이 지속적으로 이동한 티몬과는 비교된다.
쿠팡은 2015년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다. 김범석 창업자의 리더십 아래 빠르게 로켓배송을 확대해 나갔다. 쿠팡은 2021년 3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직후 쿠팡의 시가총액(기업가치)은 100조에 육박했다. 그리고 2022년 손익분기점 돌파에 성공한다.
2022년 티몬은 큐텐 그룹에 인수되었다. 2000억 내외였다. 2019년 만 해도 기업가치가 1조 2천억을 넘었으나, 6분의 1로 감소한 가격이었다. 그리고 2024년 티몬과 위메프는 2000억이 넘는 정산금을 셀러에게 지급하지 못해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티몬과 쿠팡의 차이를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쿠팡의 행보를 보면 조금은 답이 보인다. 소셜 커머스 -> 오픈마켓 -> 자체 물류(배송혁신) -> 멤버십으로 이어지는 쿠팡의 행보는 제법 많은 시사점을 준다. 쿠팡은 시장 개척자는 아니다. 세계 최초의 소셜 커머스 업체는 커녕 대한민국 최초의 소셜 커머스 업체도 아니다. 쿠팡의 소셜 커머스는 그루폰을 모방한 사업모델이며, 티몬보다도 늦게 출발한 기업이었다. 티몬과 쿠팡이 오픈마켓으로 확장하던 당시 이미 인터파크, 옥션, 지마켓 등 여러 오픈마켓 업체들이 있었다. 로켓배송은 국내 최초로 도입한 개념이지만 아마존 프라임을 모방한 것이었다. 멤버십도 아마존을 모방했다.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경쟁자가 따라올 수 없는 빠른 속도의 배송을 제공한다는 점은 완전히 똑같다. 아마존은 prime video라는 OTT 서비스도 제공하는 데 쿠팡 역시 쿠팡플레이를 제공하는 점까지 닮았다.
즉, 쿠팡은 매우 유능한 패스트 팔로워였다. 결코 뒤쳐지지 않으면서 국내외 앞선 기업들을 빠르게 모방해 자신의 경쟁우위를 만들었다. 그만큼 기민하게 변화했고, 내부적으로 많은 진통을 겪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작지 않은 변화는 보통 창업가의 리더십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 만큼, 쿠팡 김범석 창업가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티몬은 지배구조가 자주 변경되며 부침을 겪었다. 창업 1년 만에 리빙소셜 -> 그루폰 -> 콜버그 크래비스 등 주인이 자주 바뀌었다. 쿠팡은 꾸준히 투자를 받았지만, 경영은 김범석 창업자가 일관되게 이끌었다. 어쩌면 티몬 신현성 창업자가 빠른 엑싯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동안 쿠팡 김범석 창업자는 마시멜로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회사를 키운 것이 그 차이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티몬의 신현성 창업가와 쿠팡의 김범석 창업가가 어떻게 달랐는지, 어떤 리더십이 이런 차이를 가져왔는지는 아직 나는 알지 못한다. 이 궁금증은 다음 기회를 위해 남겨두며 여기서 마무리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