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엔지니어가 되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지낸지 벌써 3년차 중반에 접어들었다. 첫년차 때 나는 조급했다. 퇴근하고도 개발하는 팀원들과 주말에도 공부하는 팀원들을 보며 나는 자괴감이 들었다. 개발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았다. 8개월여 만에 첫 회사를 퇴사했다. 개발이 싫어서는 아니긴 했다. 야근을 많이 하고,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건강이 상했기 때문이었다.

쉬다 보면 개발이 하고싶어졌다. 오히려 퇴사를 하고 나니 공부도 더 재미있었다. 퇴사를 하고 나서부터 더 깊게 공부했다. 물론 항상 꾸준히 한 것은 아니다. 하기 싫으면 쉬고 그 쉼의 기간이 6개월에 이를 때도 있었다. 쉼 이후에 다시 개발을 업으로 잡았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각자에게는 스스로를 위한 페이스가 있다.

성장법1: 회사에 헌신하기

회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성장으로 이어지는 유형도 있다. 물론 나는 경험해보니 아니었다. 하지만, 두세 회사를 다녀보고 다른 동료들을 만나보면 이런 유형의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회사에서 주어지는 일을 성실히 한다. 보통 그 회사는 엄청 바쁘고 일이 많은 회사다. 본인 스스로도 이런 바쁜 상황이 스트레스를 많이 주지만, 견딜만 하다. 회사에서 크고작은 도전을 하고, 다른 개발자들과 소통하면서 성장을 한다. 공부를 꾸준히 하는 것은 아니어서 새로운 기술에 밝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동료들을 통해 배우고 회사에서 배우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알게 된다.

성장법2: 워라벨을 챙기며 공부하

회사는 어느정도 워라벨이 맞는 곳을 선택한다. 일 자체도 너무 힘들지 않다. 그런 만큼 퇴근하고는 공부를 한다. 개인 프로젝트도 한다. 회사에서 본 신기한 것들을 집에서 직접 구현도 해보고, 클론도 해보고, 공부도 해본다. 회사의 업무와 개인의 공부가 병진해 나간다. 회사가 바쁘거나 도전적이지는 않은 만큼, 스스로 공부하고 배워나가며 성장을 채워나가야 한다. 배우고 그것을 실무에서 적용해보며 배움과 씀이 함께간다.

성장법3: 공부로 끝장보기

학문에 뜻이 있다.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깊게 한다. 논문을 읽고, 공부하길 좋아하며 논문을 쓰고 출판도 한다. 공부를 통해 전문성을 쌓고 그것으로 인정받는다. 교수가 되기도 하고, 연구원이 되기도 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사업으로 연결하기도 한다.

성장법4: 깊게, 더 깊게 파기

너무나 좋아하는 분야가 있고, 그 분야를 매우 깊게 파는 것을 좋아한다. 오픈소스 컨트리뷰션을 하고 꽤 깊이 관여한다. 취미가 개발이고, 깊게 파다보니 아는 것도 깊어진다. 리눅스 커널에 컨트리뷰션을 하기도 한다.

결론

이 외에도 여러 유형의 엔지니어들이 있는 것 같다. 지금 나열한 유형은 엔지니어의 모든 유형을 나열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 정리해 보려는 것에 가깝다. 하지만, 나는 내가 어떤 유형인지 안다. 나는 2번 유형이다.

바쁜 회사를 다녀봤다. 일을 따라가다 보면 싫어도 회사에 헌신해야만 했다. 가끔 당일퇴근을 못하는 날도 있었다. 나는 지친다고 생각했다. 우선, 회사의 발전이나 회사의 성장이 내 성장과 함께 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정신없이 떠먹여지기만 하고, 그것들을 소화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오래 다니더라도 내가 더 성장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회사를 옮겨 지금은 2번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여유가 있고, 그래서 꾸준히 공부를 하게 된다. 덕분에,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행복하게 공부하고 있다. 공부를 하지 못해서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다. 조금씩 더 깊게, 더 착실히 알아가는 게 뿌듯하다.

3번과 4번은 해보지 않았지만 아닌 것을 안다. 나는 학자 타입은 아니다. 그만큼 총명하지도 않다. 내 머릿속에서 고명한 아이디어가 번득일 것 같지는 않다. 나는 너드(Nerd)도 아니다. 개발은 나에겐 취미가 아니다. 일이고 전문성의 영역이다. 좋아하고, 안하면 그립지만 개발을 한다고 밥을 안먹어도 배가 부른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