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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퇴사하고 창업하는 것

Created
Jun 4, 2024 09:16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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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직장을 8개월 정도 다니다 내 일이 하고 싶다는 생각에 나와 창업을 했다. 먼저 창업한 친구들의 권유로 합류했는데, 법인 설립부터 함께 했다. 처음에는 공동창업자로 일하다 나중에는 공동대표까지 경험했다. 지지부진한 사업을 2년 반 정도 하다가 모아놓은 돈이 떨어져서 취업을 했다. 2년 반 동안 월급은 못 받았고, 모아놓은 돈을 까먹으며 생활했다. 자본금을 각자 2천씩 대고, 한 달에 절약한다고는 해도 50 정도는 썼으니, 3-4000만 원 정도 쓰고 한 푼도 못 건진 셈이다. 그동안, 취업을 한 내 동기들은 월급을 받으며 모았으니, 한 달에 100씩 저축을 했더라도, 2400은 모았을 것이다. 나는 -4000 다른 이들은 최소 +2400. 이제 취업을 했지만 남들보다 6400만큼 늦은 인생이라 생각했다.
 
여러 문제들이 있었겠지만, 취업을 다시 하고 2년 정도 멀리 떨어져 생각해 보니, 사업이 잘되지 않은 이유는 결국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건 ‘다짜고짜 사업하겠다고 뛰어나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준비를 하고 나오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사업 준비에 ‘충분’은 없으며, 준비해도 다들 망한다. 나는 오히려 ‘준비’라는 표현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사업을 ‘준비’할 게 아니라, 사업이 잘 될 때 회사를 나와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즉, 사업하기 위해 퇴사하지 말고, 회사를 다니면서 사업을 만들라는 얘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업 준비’는 사업이 아니다. 이는 마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수영을 공부하는 것과 같다. 수영을 하려면 일단 물에 몸을 담가야 한다. 수영도 하면서 영상이나 책을 보고 공부하면 도움이 되지만 유튜브 영상만 봐서는 결코 수영을 할 수 없다. 준비만 해서는 사업이 아니다.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뛰어나오는 것 만큼 위험한 건 없다. 이는 마치, 제2의 지구를 찾으려고 다짜고짜 로켓에 몸을 싣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로켓을 일단 아무 방향으로나 쏘는 것과 같다. 일단 출발하고 나면 방향 정도야 얼마든 바꿀 수 있겠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다 보면, 어느새 연료는 바닥이 나고, 목적지는 보이지 않고, 크루들과는 싸우게 된다. 연료가 떨어질 때까지 무리해 가다 보면 다시는 지구로 돌아오지도 못하게 된다.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지 말고, 일단 스스로 생각할 때 될 것 같은 아이템부터 찾자. 아이템을 찾고 일단 실행하자. 퇴사하거나 자퇴하지 말고, 할 일 하면서 아이템을 만들고 시장에 내놓아 보자. 물론 만들기 전에 MVP(최소 검증 제품)로 차근히 검증해 보면 더 좋다. 예를 들어 여드름 샴푸를 만들고 싶다면, 다짜고짜 공장 찾아서 5000개 발주 넣지 말고 작게 검증부터 하자. 본인이 생각하는 판매 루트가 온라인이라면 여드름 샴푸로 광고라도 돌려보고 이게 팔릴지 검증해 보라는 것이다. 단계적으로 검증하며 아이템을 구체화하고 실현해 보자. 그리고 그 ‘부업’을 통해 버는 돈이 나의 본업을 넘어섰을 때, 지속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 때, 더 이상은 본업과 부업을 병행하기 힘들 정도로 부업이 성장했을 때, 그때 퇴사를 하고 전업 창업가가 되자. 그게 스스로의 인생을 지키는 현명한 길이라고 나는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