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고양이를 죽게 했을까?

군대 안에서 고양이를 기르다

군 복무를 하던 시기였다. 우연히 초소를 청소하다가 새끼고양이를 발견했다. 새끼 둘이 추위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어미와 다른 새끼 둘은 이미 죽어 있었다. 아마 추운 겨울을 넘지 못한 것 같았다. 우리 소대는 산 속에 따로 생활관(막사)이 있었는데, 소대장님과 의논 끝에 새끼 고양이를 생활관에 데려다 보살펴 주기로 했다.

군인이었던 사람은 알 것이다. 군대 안에서 군견 외에 동물을 기른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우리도 이 결정이 군기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새끼고양이들은 그대로 두면 분명 죽을 것이었다. 우리는 데려와 보살피기로 했다.

40명의 소대원이 돌아가며 지극 정성으로 고양이들을 돌봤다. 주에 한두번은 목욕도 시켜줬다. 소대장님이 밖에서 사비로 비싼 고양이 사료를 사왔다. 한번은 새끼고양이가 나무에 올라갔는데, 너무 높이 올라가서인지 울기만 하고 내려오질 못하고 있었다. 소대 내에 가장 긴 사다리를 써도 몇미터는 더 나무를 기어올라가야 고양이를 내릴 수 있는 그런 까마득히 높은 높이였다. 자칫 잘못 올라가다 떨어지면 사람도 크게 다칠 높이였다.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나무를 기어올라 고양이를 구출했다.

나는 고양이를 잘 기르고 싶어서 책을 샀다. 얼마 안가, 나와 다른 병장들끼리 그 책을 돌려보며 공부를 했다. 우린 그 정도로 진심이었다.

고양이 하나가 죽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검은색 점박이 무늬가 있는 고양이가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사료도 바꿔보고 더 비싼 사료를 먹여보고, 실내에서 재워보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그 고양이는 며칠을 앓다가 결국 죽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고양이는 그냥 자연사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 주기적으로 고양이의 배를 군홧발로 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대는 발칵 뒤집혔다.

대체 누가?

대체 누가 고양이를 발로 찬 것일까? 누가 대체 고양이를 주기적으로 괴롭힌 것일까? 고양이를 기르던 위치는 CCTV가 없는 곳이라 범인은 알기 어려웠다.

소대 40명 중 누군가가 남들이 안 보는 인적이 뜸한 시간대에 주기적으로 고양이를 괴롭힌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범인을 알지 못하니 이유도 모른다.

그러나, 그날 이후로 내가 알게된 것이 하나 있다.

세상에는 그 어떤 논리로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인격이 존재한다. 보통 우리는 그런 인격을 싸이코패스라고 부른다.

싸이코패스는 분명 존재한다.

말 못하는 고양이를, 사람을 잘 따르게 된 고양이를 이유없이 괴롭히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그런 정신을 가진 사람이 우리 곁에, 그것도 100명 당 한두명 이상 존재한다.

그 이후로 나는 그런 인간이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한다는 생각에 가끔 전율한다. 그들은 지극히 정상인의 얼굴을 하고,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속이며 살아가고 있다.

정신병? 불우한 환경? 그런 고상한 표현으로 미화할 수 없는 그런 인격, 나는 그런 사람들이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지금도 가끔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