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드형 조직은 꼭 상장해야만 결실을 이루는가

내가 이전에 다녔던 스타트업은 스쿼드라는 일종의 팀제로 조직이 구성되었다. 스쿼드는 하나의 기능(하위서비스)을 중심으로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가 모여 10명 내외의 조직을 구성하는 것을 말했다. 예를들어, 토스 같은 기업에서 여행자보험을 담당하는 팀을 만드는 식이다. 토스 같은 큰 서비스에는 신용조회, 여행자보험, 카드추천 등 다양한 기능과 하위 서비스가 있으며 이런 하위 서비스들은 하나의 작은 스타트업처럼 운영될 수 있다.

이런 스쿼드 조직의 리더를 보통 PO(Product Owner)라고 하고 이 조직이 담당하는 서비스를 프로덕트라고 하는 것 같다. 스쿼드의 목표는 담당하는 프로덕트의 성장이다. 프로덕트가 성장하면 회사는 프로덕트를 자회사로 분할하고, PO는 자회사의 대표가 된다. 만약 여행자보험 서비스가 크게 성공해 구성원이 꾸준히 늘고 서비스가 꾸준히 잘 된다면, 토스 여행자보험사를 자회사로 세우는 식이다.

자회사가 된 프로덕트가 계속 성장하면 카카오페이처럼 상장까지도 가볼 수 있다. 상장을 하게 되면 자회사의 구성원들은 큰 수익을 실현하게 된다.

단점 하나

주식회사의 근간은 주주자본주의다. 기업의 소유권자는 주주이며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런 스쿼드형 조직은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카카오페이를 보자. 카카오페이가 카카오톡 없이 페이팔처럼 송금만 가능했다면 지금처럼 상장에 성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페이의 성공은 카카오톡의 네트워크 효과에 기인하며 카카오톡은 모회사인 카카오의 핵심 서비스다. 카카오의 소유여야할 카카오페이가 독립된 회사로 상장을 하게 되면, 카카오의 주주들은 기업가치의 훼손을 겪게 된다.

만약 토스가 상장사고, 토스에서 핵심기능 하나가 자회사로 분리된 뒤 상장한다고 생각해보자. 혹은 LG엔솔 같은 사례를 생각해도 좋다. 이는 심각한 주주가치 훼손이다.

회사에서 일하는 개발자는 회사 코드를 가지고 나와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 이는 심각한 침해행위이고 일종의 도둑질이다. 그런데 회사의 비즈니스를 가지고 나와 자회사를 만들고 자회사를 상장하는 것은 도둑질이 아닐까? 나는 본질이 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주체가 김범수 의장 같은 지배주주의 의사결정에 따르느냐 마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럼 어떻게

이런 문제의 근간은 한국의 기형화된 기업 지배 구조에 기인한다. 한국의 상장사들은 자회사를 늘릴 때 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은 다르다. 자회사의 지분은 전량(100%) 소유해야 한다.

나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신 자회사의 성공과 성장에 대한 보상은 주식 이외의 보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들면 높은 임금이나 큰 인센티브다. 그리고 이런 금전적 보상은 상장시 얻을 이익에 비할 수는 없으나 그에 크게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어야 한다.

즉 이야기를 돌아와 토스의 여행자보험팀이라고 해보면, 여행자보험회사를 자회사로 설립할 수는 있지만 이 자회사의 지분은 전부 모회사인 토스의 소유여야 한다. 자회사는 상장하면 안된다. 대신 자회사의 초기 구성원들에게는 성장에 대한 일정 지분 만큼의 인센티브를 계약적인 방법으로 보장해줘야 한다. 이를 통해 성공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

마치며

많은 스타트업이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 스톡옵션과 스톡 그랜트를 너무 남발하고 있다. 이는 불필요한 상장을 부추긴다. 상장이 꼭 성공은 아니다. 오히려 상장을 하게 되면 장기적은 목표보다는 투자자를 만족시킬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게 되고, 더 큰 비전을 좇지 못하게 된다. IR과 같은 추가적인 업무가 증가하고 지켜야할 규제도 늘어난다. 기업은 빠르게 경직되고, 성장동력을 상실하기도 한다.

프로덕트를 자회사로 분할하고 상장하는 관행은 지탄받고 개선되어야 한다. 이는 기업 스스로에게도 이익이 아니며, 자본주의의 근간 중 하나인 주식회사 제도를 위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