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를 내는 방법은 학습할 수 있다.

10여년 전, 군 생활을 하면서 많은 책을 읽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Management)>라는 책에서 이런 글귀를 읽었던 것 같다: “성과를 내는 방법은 학습될 수 있다." 투박한 번역투의 말이었지만, 내 머릿 속을 크게 흔든 한 마디였다.

물론 처음에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햇수를 거듭하면서, 그 의미를 곱씹게되었고, 이제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심지어 옳다는 것을 확신하게까지 되었다. 그렇다. “성과를 내는 방법"은 학습할 수 있다.

두 친구 이야기

내게는 서로 다른 두 친구가 있는데, 한 친구는 임기응변에 강하고 잔머리가 좋았고, 다른 친구는 우직하고 성실했다. 우직했던 두 번째 친구는 사실 공부를 잘 하지는 못했다. 세간의 눈으로 본다면 똑똑하진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잔머리가 좋았던 첫 번째 친구는 다른 친구들이 ‘똑똑하다'고들 했다.

잔머리가 좋은 친구와 우직한 친구가 대학을 가기 위해 함께 공부를 했다. 어느 날, 잔머리가 좋은 친구는 우직한 친구를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우직한 친구가 교과서를 펴고 제일 앞 장부터 차례대로 읽으며 공부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잔머리가 좋은 친구는 충고를 했다. ‘공부를 할 때, 절대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선생님이 강조한 것 위주로, 시험에 나올 것 같은 것 위주로 보면 된다’고. 이 말은 우직한 친구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나보다. 어쨌든 우직한 친구는 공부법을 바꿨다.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결코 갈 수 없었을 좋은 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

내게는 똑똑한 동생이 있다. 똑똑하고 공부를 잘하고, 성과를 잘 내는 친구다. 한국에서 제일 좋은 대학을 다니며 동시에 동아리를 여러개를 하면서도 우수한 학점을 받는 사람이었다. 형과 동생으로 수십년을 함께 살며 내가 보고 알게된 것이 몇 가지 있다. 일단 동생은 똑똑하다. 두뇌가 참 빠르게 돌아간다. 다음으로 동생은 참 규칙적이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아침 7시면 일어나고 씻고 일단 책상에 앉는다. 게임을 해도 책상에서 하고 넷플릭스를 봐도 책상에서 본다.

그렇다고 동생이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연애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고 과외로 돈도 벌고 피아노도 수준급으로 친다. 그냥 동생은 성실하다. 똑똑하지만 내가 본 웬만한 사람보다 성실하다. 시간을 잘 쪼개고 효율적으로 쓰고, 항상 효율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몸에 베어 있다.

나는 종종 동생에게 이런 저런 팁을 물어본다. 공부를 하는 팁도 그렇고 자신을 관리하는 팁도 그렇다. 그리고 세심히 관찰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성과를 내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성과를 내는 방법은 성실한 것과 다르다. 똑똑한 것과도 다르다. 성과를 내는 방법이란, 효율적으로 일하고 효과적으로 얻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효율성과 효과성. 경영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단어다.

공장을 돌리는 데 이전보다 20%나 적은 전기로 돌린다면, 그것은 효율적인 것이다. 마케팅 방법을 개선하여 20% 이익을 늘렸다면 그것은 효과적인 것이다. 효율은 투입과 산출의 비율로, 효과는 산출의 양으로 측정된다.

성과를 내는 방법은 보다 효율적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교과서를 첫 장부터 순서대로 읽으면 너무나 많은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핵심 중심으로 공부한 학생만큼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럼 어떻게

나는 아직 성장하고 있다. ‘성과를 내는 방법'에 있어서 갓난쟁이에 불과하다. 터널 끝에 다다르면 어느새 희미하게 빛이 보이듯, 이제 겨우 힌트를 얻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 같은 사람은 조금 더 관리를, 소위 ‘매니지먼트'를 활용해야 한다.

성과를 내는 방법은 돌이켜보면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군더더기를 빼고, 낭비를 줄이고, 더 효과적인 길을 고민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숨쉬듯 이런 자아성찰을 해내지 못한다.

그래서 관리가 필요한 것 같다.

인생의 비전과 목표, 가치관을 세우고 그 가치관을 중심으로 연 단위, 월 단위, 일 단위 계획을 얼라인(align)한다. 그리고 주기적인 습관의 일환으로 계획하고, 실행하고, 돌아본다. 부족한 부분을 살피고 개선할 방법을 고민한다.

북극성이라 할 수 있는 저 멀리 가치관을 한번씩 살펴 주면서, 내가 지금 노력하는 방향이 얼마나 얼라인 되어 있는지 주기적으로 검토한다.

목표는 구글의 OKR의 Key Results처럼 구체적이고 측정가능한 형태를 지향한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 측정할 수 있으면 관리할 수 있어 진다.

노력은 배신한다

노력은 배신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농구선수가 되고 싶은데 하루종일 수영만 하는 아이가 있다고 하자. 아마, 세계 최고의 농구선수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농구를 잘 하려면 농구를 잘 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 무엇이 중요한지, ‘뭐시 중헌디'를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 노력이 쉽사리 배신하지 못한다.

심지어 ‘뭐시 중헌디'를 알더라도 노력은 배신자가 될 수 있다. 호날두나 메시가 세계에서 가장 성실한 축구선수 중 하나겠지만, 그 외의 모든 이름이 덜 알려진 선수들이 하나같이 호날두나 메시보다 덜 열심히 축구를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똑같이 노력해도 똑같은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재능은 분명 존재하고, 운도 분명 존재한다. 마이클 조던이 조선시대에 흑인으로 태어났다면 세계적인 농구선수가 되어 대저택에 개인 비행기를 소유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노력해야 한다. 옳은 방향으로. 왜냐면 우리 스스로 조차 우리의 재능이 어디까지인지, 우리의 운은 어디까지인지 노력하기 전에는 알지 못한다.

긁지 않은 복권이라고 믿고 일단은 북극성을 주의깊게 살피며 앞으로 앞으로 꾸역꾸역 나아가는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