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발자 블로그가 트위터에서 핫하다. 취업시장에서 구직자의 개발블로그를 검토하는 경우도 제법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그대로 베껴 자신이 쓴 것처럼 블로그로 옮겨적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취업이 절박하고 마음이 급해서 아마 그랬을 것이다.
나는 성공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한 것은 아니지만, 구글의 알고리즘에 잡히는 글이 좀 있어서인지 트래픽은 제법 나오는 것 같다. jekyll로 만들어 이용하다가 jekyll도, 루비도 익숙하지 않아 최근 react를 쓸 수 있는 gatsby로 넘어왔다. 과거에는 구글 광고를 붙였었는데, 한 2년 걸려 겨우겨우 10만원을 벌었다. 지금은 광고를 붙이지 않는다.
광고를 붙이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어느 순간 부터 내가 쓰는 글이 과연 광고를 붙일만큼 대단할까 하는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많은 라이브러리와 프레임워크가 오픈소스이고 무료로 이용가능한 것처럼, 개발과 관련된 지식도 되도록이면 댓가 없이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 소프트웨어의 정신에 맞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의 개발 블로그들이 동일한 주제에 대해 동일한 깊이로, 동일한 내용을 다룬다. 얕고 넓은 지식은 쉽게 구할 수 있다. 예를들면 라이브러리 설치 및 간단 사용법 정도가 그렇다. 하지만, 그 라이브러리는 어떻게 구현되어있는지와 같이 보다 깊이 들어가는 지식은 거의 없다. 그래서 요즘 뭔가 검색을 할 때는 자꾸 영어로 검색하게 된다. velog나 tistory를 믿거(믿고 거름)하기도 한다.
심지어 얕고 가벼운 블로그들 중 많은 블로그들이 덕지덕지 광고를 붙여놓기도 한다. 화면 대부분이 광고에 가려 내용을 읽기도 힘들다. 내 이전 블로그(jekyll)는 한 달에 대략 8,000건 정도 UV(Unique Visitor)가 나왔다. 이런 블로그가 광고수익으로 10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2년이 걸렸다. 많은 블로그들이 내 블로그보다 조회수가 적게 나오리라 생각한다. 광고수익을 인출하려면 100달러(10만원)이 넘어야 하는걸 생각해보면, 그들의 수익실현은 상당히 오래걸릴 것이다. 솔직히 왜 광고를 붙이는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구글만 돈을 번다)
velog의 등장 이후 블로그글이 엄청나게 늘었다. velog는 훌륭한 서비스다. 엔트리 레벨 엔지니어들이 쉽게 블로그를 만들고, 공부하며 정리할 수 있게 돕는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지식은 넘치지만 깊이가 없다. 깊이있는 지식은 좀체 공유되지 않는다. 현업에서 정작 필요한 지식은 깊이가 있는 지식이다. 그런 지식은 회사 내에서만 공유되고 좀체 블로그로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깊이있는 지식도 무료로, 오픈소스로 공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사수가 부사수에게 물려준다면 이는 중세 도제식 기사제도나 장인제도와 다를 바 없다. 회사 안에서만 그 지식이 축적되고 공유된다면, 기성 자동차회사나 조선회사, 건설회사, 석유회사 같은 종래의 2차산업 기업들과 다를 바 없다.
소프트웨어는 달라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공유되어야 한다. 그래야 산업이 발전하고 우리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다. 아이디어나 지식도 그렇다. 공유될수록 서로가 얻는 Benefit이 더 커진다. Win-win이다. 양질의 지식이 공유되어야 회사에서 더 뛰어난 엔지니어를 더 저렴하게 고용할 수 있다. 훈련 비용도 저렴해진다. 시니어라 할지라도 변화하는 기술을 따라가기 위해 학습해야 하는데, 학습곡선을 크게 개선해준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
나는 우리 소프트웨어 업계가 더 개방적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우리 업계에서도 마틴 파울러, 켄트 벡 같은 영향력 있는 엔지니어들이 더 자주, 더 많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지식을 안으로 쌓아놔서만은 그런 영향력 있는 엔지니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시니어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더 풀어놓는 문화가 보편화 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나를 포함한 주니어들을 위해 몇자 정리해보려 한다. 주니어들은 더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다. 라이브러리 설치법이나 TODO 앱 만들기는 이제 그만 블로깅하자**. 물론 개인적인 정리목적으로 쓰는 것은 OK다. 그렇다면 TIL을 붙이면 좋을 것 같다.** 1+1 = 3이 되는 것이 지식의 마법이라고 생각한다. A 지식과 B 지식을 결합하면 한 차원 더 높은 지식이 된다. 그런 지식의 시너지를 찾기위해 우리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